퍼온글
와.…….글을 쓰게 된 날, 그날 따라 너무 울적하고 서글픈 마음에 주절주절 넋두리를 늘어 놓았던 건데 이렇게 많은 분들이 보게 되실 줄 몰랐어요.
댓글에도 가족들에게 이야기 해봤냐고 물어보신 분들이 많은데..저는 성향상, 사정상 가족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해본 적이 없어요. 저희 부모님은 저에게 너무나 미안해하고, 늘 고마워하시는 분들인데, 이제야 편하게 웃을 수 있게 된 그 분들에게 저의 아프고 어두운 마음을 이야기할 생각을 감히 못해봤었다고 해야 할까요..그래서 한번도 해본 적 없지만 '나 이렇게 힘들었어요' 그리고 '내가 지금은 이렇게 불안하고 두려워요..' 라고 부모님에게 하고 싶었던 말을 이곳에 남겨봤었어요.
그리고 여러분들 덕분에 큰 위로를 얻었습니다 :)
저의 이런 상황을 제가 선택 했던 것도 아니고, 달리 방법이 없었고..저에게 주어진 것 이기에 제 역할이 당연하다 생각했어요.
무너질것같을 때마다 저를 지탱했던 힘은 어린 시절부터 봐왔던 밤낮 가리지 않고 매일같이 부단히 노력하셨던 부모님의 모습, 막막하고 불안한 상황에서도 가정을 책임지기 위해 애쓰셨던 모습들이었는데, 제 부모님을 보며 열심히, 성실하게 산다고 해서 모두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저의 작은 성공이 눈물 나게 감사한 날들이 더 많았습니다. 그래서 저의 힘든 마음이 건방진 마음이라고 생각했던것 같아요.
이번에 제가 지난 날들을 후회하거나 억울하게 느끼는 건가? 하고 생각을 해봤는데, 제 생각의 끝은 다시 한 번 돌아간다고 해도 나 하나 온 힘 다해서 우리 가족에게 다시 빛을 비춰줄 수 있다면 기꺼이...그리고 동생이 아닌 내가 첫째라서 다행이라는 마음이 들더라고요. 저는 가족들을 온 마음을 다해 사랑했고, 고작 저의 힘과 노력으로 이룬 이 행운같은 행복에 감사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댓글들을 하나하나 읽어보며 처음 느껴보는 감정들을 많이 느꼈습니다. 몇번씩 반복해서 읽고..생각도 해보고 성인이 된 후 가장 많이, 후련하게 엉엉 울어보기도 했어요. 저는 제 스스로가 한번도 성에 차본적 없고 칭찬 받을만한 일이라고 여겨본 적도 없었는데..이렇게 많은 분들이 그냥 살아온 것 뿐인 저를 대단하다고 말씀해주시고,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저를 안쓰럽게 여겨주시고, 제 행복을 응원해주시고..
이렇게 따뜻한 격려를 받아 본 적이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아요..댓글 하나 일 뿐인데 그 따뜻한 말과 조언들이 앞으로 제가 살아가는데 정말 큰 힘이 될 것 같습니다. '다들 나 잘하고 있다고했었어!' 하면서 스스로 응원해가면서 살아갈게요.
그리고 많은 분들이 조언 해주신 대로 가족들과 천천히, 그리고 가능한 선에서 제 삶을 분리 하는 것도 해볼게요. 그리고 나서는 제가 뭘 좋아하는 사람인지, 제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도 차차 생각해볼 수 있는 날이 오겠죠?
믿으실지 모르겠지만, 지난 이틀이 제 인생에 가장 따뜻한 날이었어요. 제가 잘못 살아온 것이 아니고, 오롯이 저 스스로도 행복해져야 한다는 것도 알았구요.. :)
어느 때보다 지친 마음에 처음으로 제 이야기를 꺼내놓은 날, 제 이야기에 진심으로 공감해주시고 잠시나마 제 친구, 언니 오빠, 이모 삼촌이 되어 휘청이는 저에게 큰 위로와 힘이 되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두들 그 따뜻한 마음 그대로 돌려 받으실거에요.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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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얘기할데가 없어서 그냥 끄적끄적 써보고싶었음
얼마 전에 오은영 선생님이 상담해주시는 프로에 배우 남보라씨가 나온 편을 봤음.. 그 사람이 마치 내 속의 이야기를 누가 들여다보고 얘기하는 듯 너무나 비슷한 감정을 토로하는데, 나이가 비슷해서 더 공감이 된걸까..그 방송을 본 이후로 왠지 모르게 괜히 울적하고 마음 한구석이 텅 빈듯한 느낌이 더 강해졌음
이런 얘기를 가족, 친구등 누구에게도 얘기해본적이 없어서...그냥 한 번만..어디든 털어놓고 싶음
[초등학교 시절]
우리 집은 어릴때부터 좀 어려운 편이었던것 같음
내가 초등학교 저학년때 살던 집은 큰 방 1개 + 옷방같이 작은 방이 1개 있는 작은 반지하 집이었고 엄마, 아빠, 나, 동생 4식구가 살았음.
그래도 사랑많은 엄마와 성실한 아빠가 계셔서 많이 어렵다는 생각은 못했고, 동네의 경제 수준이 다들 비슷비슷하게 못사니 특별히 우리집이 어렵다 생각못하고 살았던것같음
[중학교 시절]
주택청약에 당첨되어 운좋게 20평 초반대의 아파트로 이사를 가게됐는데, 전재산을 모아 입주까지 필요한 돈을 마련하고 대출을 많이 받았던걸로 기억함. 새 집, 깨끗한 동네, 조금 더 행복해보이는 엄마의 얼굴..이때 한동안은 우리집의 상황이 좋아졌나 싶은때도 있었음.
나는 장녀이고 눈치도 빠른 아이였어서 늘 엄마 아빠의 분위기를 확인했는데, 작은 사업을 하던 아빠가 아빠의 형제들, 엄마의 형제들에게 돈을 빌려 사업을 지속하고 있다는것을 이때 알게됨. 엄마는 늘 방에서 사람들에게 돈을 늦게 갚아 미안하다는 내용의 통화를 했고, 우리에게 티는 절대 내지 않았지만 나는 엄마 아빠 눈치를 많이 봤음
[고등학교 시절]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가세가 기울었음. 기억나는 몇 가지 사건들이 있었는데 집에 빨간 딱지가 몇 번이나 붙고, 우리 집으로 빚쟁이들이 찾아오고, 야반도주를 하자고 하는 아빠를 엄마가 그건 절대 안된다고 설득하는 대화를 내가 엿듣고..뭐 그런 사건들임.
이 당시에 우리집 통장에는 잔고가 100만원도 없는 날이 허다했는데, 그러다가 결국 아파트를 손해보고 팔고 급하게 아주 허름한 빌라로 이사를했음. 다시 초등학교때처럼 방 1개, 냉장고가 들어가면 꽉 차는 거실겸 부엌 있는 빌라..이때 집보러 엄마랑 몇 번 같이 갔는데 집을 볼때마다 엄마가 내 눈치를 보던게 아직 기억남.
엄마 아빠는 정말 성실하셨고, 열심히살고자 하셨던 분들이라 원망은 없었음. 이사간 집에서 나도 동생도 방황했음. 사고치거나 한건 아니었지만 공부할 공간도 없었고, 집안 분위기가 굉장히 우울했었음. 아빠는 전라도 목포로 막일을 하러 가셔서 3개월에 한번씩 보게되었고, 엄마는 주간에는 식당에서, 야간에는 주점 주방에서 요리하는 일을 하셨음
[20~22살]
아빠가 타지에서 일하던것을 그만두고 집으로 돌아옴.아빠는 이때 건강이 너무 안좋아서 암 수술을했고, 공황장애까지 생겨서 몇년간 집에계셨음. 엄마는 6년, 7년째 주간 식당와 야간 주방일을 겸하며 몸은 물론 마음까지 지친 상태였고 집안 상황은 더 어려워져서 우리는 원래 살고있던 집보다 집값이 더 저렴한 동네로 이사함.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50만원으로 기억함. 그 보증금이 내 부모님의 전재산..
엄마가 버는 돈으로 월세에 아빠 병원비, 생활비를 부담하는데 나와 동생의 용돈이나 학비까지 부담하게 할 수 없다고 생각했음. 나는 그래도 어릴때부터 머리좋단 소리도 많이 들었고, 중고등학교때 집에 가는것보다 무조건 학교에 있는게 마음이 더 편했기때문에...학교에서 공부도 꽤 열심히했음. 수능도 괜찮게봤고, 인서울 중위권에 적당한 대학을 들어감. 장학금 준다는곳으로 갔음
나는 늘 성실하게 최선을 다해 살았지만 실패했던 우리 부모님의 희망이 되고 싶었음. 이제 더이상 희망도, 힘도, 의지도 없는 부모님과 우리 가정의 빛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했음
[23~25살]
2학년을 마치고 학교를 휴학함. 어떻게 하면 돈을 벌 수 있는지 진짜 처절하게 찾아봤음. 주변에 돈을 많이 버는 사람이 많이 없었기 때문에 정말 바보처럼 멍청하게 알아봤음. 돈잘버는 직업, 돈버는 방법등등 검색부터, 학교 선배중에 창업에 성공했다더라, 어디어디 취업하니까 돈을 잘번다더라 등 내가 만나볼 수 있는 사람은 염치 무릅쓰고 연락해서 다 만났음. 나는 그때 정말 처절하게 행동했는데..방법을 알지 못했고 나에게 알려줄만한 사람이 없었기에..그리고 나는 우리 가족의 희망이 되어야 하기에 창피하지 않았고 절박했음
그런 나를 본 선배가 자기가 하는 일을 같이 해보지 않겠냐며 제안함. 그때 한참 스타트업 붐인 시기였는데, 정부 지원사업에 선정되어 지원금을 1억원정도 받은 상태였고, Online to Offline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스타트업을 막 시작하던 상황이었음. 내가 할일이 아니라 생각했음.
스타트업은 창업을 꿈꿀 수 있는 친구들, 그러니까 나처럼 절박한 경제 상황에 놓인 사람들이 아니라 혹시 실패하더라도 언제든 돌아갈곳이 있는 사람들. 이런 실패가 곧 인생의 실패로 직결되는게 아니라, 곧 경험이된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그런 사람들이 해야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거절했는데, 선배는 나에게 3번이나 같은 제안을했고, 더이상 거절하기 어려워 나는 내 상황을 솔직하게 말했음. 물론 난 그당시에 내 가정사를 말하는것이 괜히 자존심 상하는 일이라 전부 말하진 않았지만...애써 둘러서 내가 돈을 빠르게 벌어야하는 이유를 설명했음
선배는 이야기를 듣고, 그렇다면 더 본인과 함께 일해야하는 이유와 새로운 제안을 했음.
하나, 집에 보탬이 되어야 한다면, 아무리 대기업을 간다 해도 그 역할을 감당하기 어렵다. 현실적으로 그만한 돈을 벌려면 사업을 하거나 장사를 하거나 다른 방법을 찾아야한다.
둘, 딱 2년만 해보자. 이 아이템은 시장성, 경쟁력, 차별점 등등 모든 면에서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2년만 해보고 실패하면, 그때 취업 준비를 하더라도 넌 아직 25살이라 경험이 될 것이다.
셋, 너의 성향이 스타트업의 멤버로 일하기에 매우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지원사업에 선정되어 직원 급여로 쓸 수 있는 예산이 있으니, 네 사정을 고려하여 150만원씩 월급을 주겠다.
나는 일부의 지분과 월 급여 150만원씩을 받으며 일을 시작하게됐음. 당시에는 솔직히..뭘 해야 돈을 벌 수 있는지 감도 없는 상태인데, 당장 150만원씩을 준다고하기도하고 또 선배가 이야기하는 아이템이 성공할 수 있다는 마음도 조금 있었음. 선배는 우선 3개월만 해보고, 정 안되겠으면 그때 그만둬도 된다고 했었기 때문에..일단 시작했음.
그렇게 뭔지도 모르고 시작한 그 스타트업은 2년 반동안 정말 처절했음. 지원금은 다 떨어져가고, 유사 어플도 다수 출시되어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는데 어려움도 겪고 나는 150만원씩 받지만, 선배는 2년 반동안 단 한푼도 받아가지 않았고, 이후 조인한 팀원들도 교통비 30만원씩 받아가며 월~일요일 주 7일, 하루에 12시간 이상 정말 뭐에 홀린듯 일했었음..
[26~28살]
스타트업을 4년 정도 유지하며 정말...말할수없이 많은 일이 있었음. 자존심은 이미 가장 먼저 버렸고, 큰 것을 얻으려면 그만한 파도를 넘어야 한다는 방법을 몸소 배움.
어쨌든 우리는 그때도 적자였지만, 매출 규모는 큰 스타트업으로 성장했음. 나는 아주 많은 일을 해야하는 스타트업의 특성상 다른 생각할 틈도 없이 바쁘게, 열심히 일했고 오히려 일할땐 집에 대한 생각을 잊을 수 있어 좋기도했음..2년안에 쇼부보자는 선배의 말과는 다르게 4년이 넘어갔지만ㅎㅎ 그냥 그런것 상관없이 맹목적으로 열심히 일했음..직원도 나와 선배 2명에서 18명까지 늘어남.
이 시기에 스타트업들은 적자 여부가 중요한게 아니라 매출의 볼륨이 큰 스타트업이면 기업 가치를 인정받아 매각하거나 투자받을 수 있는 스타트업 투자 붐을 맞았는데, 우리 회사 또한 그랬음. 회사는 창업 5년 차, 내가 28살이던 해에 매각되었음. 지분 20%를 가지고 있던 나도 지분을 매각하며 현금화함.
내 구질구질한 인생에서 상상해보지도 못한 돈이 통장에 들어오던 그 날을 잊을수가 없음..물론 누구에게는 상상도 못할 돈이 아닐수도 있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그랬음.
[29살~31살]
회사는 매각되었지만 의무 근무 조건 4년으로 아직 근무중임. 근무 조건도 환경도 모두 편해졌고 연봉도 많이 받음. 매각할때 받은 현금도 꽤 있음. 돈을 벌기 시작한 23살부터 집에 돈들어가는 일들은 나와 엄마가 같이 해결함. 돈을 점점 더 벌기 시작하며 큰일은 모두 내가..
내가 버는 돈의 90%는 집에 사용했음. 가족들은 수도권 30평대 아파트로 이사했고, 차도 2대나 샀고, 4살 어린 내 동생은 걱정없이 대학원을 다님. 엄마도 먹고 싶은 걸 원 없이 먹고, 마트에서 좋아하는 과일을 걱정없이 살 수 있어 행복하다 함. 때가 되면 가족들과 여행도 다니고, 부모님 생신에 원하는걸 선물해드릴수도 있음. 엄청난 부자가 된것은 아니지만, 가장으로서 나는 가족들이 원하는 걸 적당히 해줄 수 있게됨..
그런데 나는 20살 이후 처음으로 마음의 여유가 생기고 내 시간이 생겨 한가해진 요즘, 왜 문득 문득 눈물이 왈칵 쏟아질것같은지 모르겠음..나는 언제부턴가 내 코 끝까지 눈물이 가득 차있어서 출렁출렁 대는 기분을 안고 살아가고 있음. 불면증도 생겼고..
가족들은 나를 생각해주고, 사랑해주고, 응원해주는데..그런데 나는 또 그 가족들을 책임져야함. 몸이 아파 일할 수 없는 아빠, 너무 지쳐버린 엄마..물론 한편으로는 지금의 상황이 매우 감사하기도 한 반면, 가끔은 벼랑끝에 서있는 느낌이 들기도함.
가족들에게 무언가를 해줄 수 있다는게 기쁘고, 엄마가 일을 하지 않아도 되어서 마음이 편하지만, 가족들에게 절대 말할 수 없는 막연한 불안감이 내 속에는 존재함..나는 온전한 성공을 이루지 않았는데, 나도 아직 모르는게 많고 틀리는게 많은데 이제는 진짜 가장이 되어버려서 내가 혹시라도 헛발질을 하거나 실수하면 큰일난다는 생각..나는 쉬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마음속에 오래, 깊이 박혀있음. 어쩔때는 내가 무엇을 위해 사는지 헷갈릴때도 있음..
가끔은 본인만 잘 건사하면 충분한 또래 친구들이 부럽기도하고..내가 이렇게 나를 갈아 만든 결과물이 누군가에게는 태어날때부터 타고 태어난, 그리 대단하지 않은 것 이라는 걸 확인하게 되는 무수한 순간에도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공허한 마음이 들기도하고..내 마음이 자꾸 왜이렇게 못나지는걸까..그 어떤것도 내가 선택한것이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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