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네상스 할아버지..
100% 실화구요, 한자성어들은 제가 김 할아버지께 들은 음을 듣고 뜻을 찾아 해석한 겁니다.
저희 할아버지는 평소에
"저급한 미생물들이나 주먹으로 싸우는 거여, 어? 사람이라면 적어도, 이 입으로, 어? 이 말로써 말여, 어? 상대방을 제압하는 거여, 어?"
하시며 자신은 태어나서 단 한번의 싸움도 져 본 적이 없다고 강조하셨어요.
그러던 어느날, 할아버지께 보약을 갖다 드리려고 경로당에 가고 있는데 입구에서 할아버지의 고함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수많은 할머니들에게 둘러싸인 할아버지와 평소 다른 할아버지들 사이에서 자신의 유식함을 자랑하시던 김 할아버지가 서로 대치한 채 신경전을 벌이고 있었어요.
싸움의 원인은 할아버지께서 평소 자전거를 주차해 놓으시는 자리에 김 할아버지께서 먼저 주차한 것이었습니다.
"야, 이 원숭이 엉덩이가 퍼래지도록 맞을 놈아. 여기는 내 전용 자전거 주차 자리여! 시방 뭐 하는 거여 임마, 어? 니가 나한테 도전하는 거여?"
"하이고, 나 진짜. 이 친구 아주 우이독경이네? 소 귀에 경 읽기여, 아주. 내가 가만히 있었는데 아주 못 쓰겠구만. 다른 곳에 주차 자리가 많은데 왜 이렇게 정중지와(우물 안 개구리)야?"
순간 할아버지가 갑작스러운 사자성어의 등장에 당황하시며,
"뭔 개소리여?"
"가유폐소, 향치천금. 사람으로서 지나치리만큼 자만심이 강하고 자신의 결점을 모르는 법. 가유폐소, 향치천금이라고 별 쓸데없는 거에다 힘 빼지 말고 행동이나 잘 하라고. 어? 곤수유투(곤경에 빠진 짐승일수록 더욱 발악함)처럼 나대지 말고."
"뭐?"
순간 굳어버린 할아버지는 어떻게든 꼬투리를 잡으려 했지만 김 할아버지의 유식한 사자성어 공격에 아무 말도 하지 못했고 싸움은 김 할아버지의 승리로 돌아갔습니다.
구경하던 할머니들은,
"김 영감이 멋지구먼? 한 영감이 김 영감한테는 상대가 안 뎌~?"
하셨습니다.
그 자리에서 생애 첫 패배를 당하신 할아버지께서는 복수심에 한 동안 집 밖으로 나오지 않으셨어요. 끼니도 거르시고 엄청 두꺼운 책들을 쌓아 놓고 조그만 수첩에 뭔가 열심히 적고 계셨어요. 대충 보니 서양 철학, 서양 사상가들 등등의 책들이 쌓여 있었습니다.
그리고 뭔가 결심한 듯 자리에서 일어나셔서 경로당으로 향하셨어요.
역시 예전 할아버지 주차 자리에는 떡하니 김 할아버지의 자전거가 주차 되어 있었습니다.
할아버지는 잠시 자전거를 바라보시더니 굳게 마음을 먹고 경로당으로 들어가셨습니다.
"김 영감 나와!"
구석에서 화투를 치던 김 할아버지는 여유롭게 일어나며,
"권토중래(흙먼지를 날리며 다시 온다는 뜻. 한 번 실패한 사람이 분기해서 세력을 되찾음)하고 싶어서 이렇게 도전하나 본데, 한 영감, 조용히 집구석에나 들어있지 뭐하러 나왔어?"
과연 사자성어로 도발하셨습니다. 그런데 할아버지도 더 이상은 참지 않으셨습니다.
"이런 르네상스 같은 소리 하고 있네! 내 말에 보편적 진리가 있으니 조용히 따라나와!"
순간 그 말에 굳으신 김 영감님이,
"아니, 우공이산(어리석은 일 같아도 끝까지 밀고 나가며 목적을 달성함)이라고 이렇게 막무가내로 나온다고 해결될 것 같은가?"
"내가 소크라테스여, 어? 스스로 무지를 지각하고 진리를 추구했다, 이 영감아. 개성을 꽃피우기 전에 관에 들어가고 싶냐? 자전거 안 치워?"
"예로부터, 공자가 말하시길...", 하는데 말을 자르고,
"슈바우처가 개고기 먹는 소리 하고 있네! 김 영감, 내가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해 주길 바라는 건가? 그런 건가? 충실한 삶 속에서 인간의 궁극적인 가치를 찾아 줘? 어?"
할아버지는 주머니에서 송곳을 꺼내 김 할아버지의 자전거 뒷바퀴를 여러 번 찍어내리더니,
"이 자리는 나의. 나에 의한, 나를 위한 자리여!"
할아버지는 마무리로 링컨의 명대사를 푸시며 김 할아버지를 몰아붙이셨고, 결국 김 할아버지는 바람 빠진 자전거를 끌며 집으로 굴욕적인 뒷모습을 보이셨습니다.
할아버지는 그런 김 할아버지의 뒷모습에 손가락질을 하며 마치 해리포터가 볼트모트에게 마법을 주문하듯이 외쳤습니다.
"소크라테스, 플라톤, 데카르트, 쇼펜하우어!"
그 모습에 할머니들은,
"과연 한 영감은 신비롭구만! 한 영감이 멋지구만!"
할아버지는 그런 할머니들을 대동한 채, 왕자의 걸음으로 경로당에 다시 입성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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