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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겨 귀여워

서울대 학생들 수준에 실망한 교수의 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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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학부 홈피가 잘 뜨지 않아 재정학 수업게시판에 올릴 것을 여기에 올립니다.)

이번 재정학 학기말 시험이 약간 어렵게 출제된 것은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채점을 하면서 사람들이 이렇게 경제학을 모르나 하고 한탄을 금치 못했습니다.

이공계 학생들이 그런 것은 어느 정도 이해합니다.
사실 이공계 학생이 내 재정학을 듣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경제학부 고학년 학생들이 경제학의 기초가 전 혀 없는 것으로 드러난다는 데 있습니다.
예산선과 무차별곡선 하나 제대로 그리지 못하고, 초보적 경제적 논리조차 제대로 구사하지 못합니다.

채권의 상대적 유리도를 구하는 문제가 약간 어렵기는 하지만, 나머지 문제는 그리 어려울 것도 없습니다.
특히 조세부담의 귀작 문제는 경제학원론 수준에 출제 해도 무방한 문제입니다.
그런데 그 문제조차 손을 못대는 경제학부 학생을 보면, 이 사람을 어찌 해야 좋을지 걱정이 됩니다.

1번 문제는 만점자가 하나도 없었습니다.
전략적으로 행동하는 사람은 수요를 줄여서 표현한다 는 것만 얘기했지 왜, 어떻게 그런 행동을 취한다는 데 대해서는 전혀 설명이 없습니다.
이걸 설명하려면 무차별지도를 그리고 상대방의 수요 곡선에 접하면서 가장 아래쪽에 위치한 무차별곡선을 찾아야 합니다.
그래야 전략적 행동의 논리를 명확하게 밝힐 수 있는 것이지요.
내가 수업 중에 가르쳐 줬는지의 여부와 상관 없이 그 논리를 쓴 사람이 하나도 없다는 것은 나를 서글프게 합니다.

그리고 여러분들 제발 글씨, 그림 깨끗하게 쓰고 그리 여러분이 쓴 답안을 채점하는 사람의 고통을 생각해 줘야 합니다.
글씨가 아무리 악필이라 해도 남이 알아보게 쓸 수는 있습니다. (무학자들에게 한글 처음 가르쳐도 여러분 보다는 깨끗하게 쓸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경제학도라면 그림 깨끗하게 그리는 능력쯤은 갖추고 있어야 합니다.
여러분 시험 채점하면서 아예 추상 미술 쪽으로 가는 게 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아직 정식으로 평균을 구하지 않았지만 대략 110점 만점에 50점 가량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고학번 경제학부 학생이면서도 경제학의 기초가 부실한 사람은 어떻게 하느냐?
내가 수십 번, 수백 번 강조하지만, 제발 경제학원론부터 다시 공부하세요.
그렇게 하지 않으면 언젠가 경제학부 졸업생이 맞느냐는 당황스런 질문을 받게 될 것입니다.

ps. 오늘 아침 미시 성적을 처리하는 조교가 걱정스런 얼굴로 나에게 상의하더군요.
이번 학기말 평균이 110점 만점에서 38점인데 어떻게 하느냐는 것이었습니다.
그대로 채점하지 다른 방법이 어디 있겠느냐고 얘기해 줬지만, 그 정도의 난이도에서 쩔쩔매는 학생들이라면 공부가 너무도 부족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여러분들 나중에 이번 미시 학기말 시험지 얻어서 한 번 보세요.
어려운 수학도 하나도 없습니다.
가르쳐 주지 않은 것도 하나도 없습니다.
다만 여러분이 맹목적인 암기식 공부를 하기 때문에 응용하는 능력을 배양하지 못했기 때문에 손을 못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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